[왕초보 탈출기] 25.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임차인의 구세주' 계약 갱신 요구권
부리나케 옥상에서 내려온 장그래
씨는 노 부장과 독대한다. "장그래 씨, 요즘 특별히
뭐 하는 게 있나?"
부동산 공부하는 게 표시가 난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업무에 지장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아한 표정의 노 부장. "무슨 소리야, 업무
역량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 같아 묻는 건데. 이번에 장그래 씨가 올린 영업 부진 직영점 분석 보고서가
상당히 흥미롭고 색달라서 그래. 직영점 체계나 제품 문제보다 주변 여건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어서
점포를 축소나 폐쇄, 이전하자는 견해가 꽤 설득력이 있더군."
그제야 안도한 장그래 씨. "상권 분석을 공부하다 보니 시각이 변한 것 같습니다." 아랫사람 몰아붙여 '노 검사'로 불리는 노 부장이 보기 드물게 웃는다. "오늘 저녁 어떤가?"
뒷골목 감자탕집. 작아도 깔끔하다. 손님은 두
테이블이다. "여기 와 봤어?" "처음입니다." "여기 입지는 어떤가." 기습 질문에
당황한 장그래 씨. 때맞춰 나온 음식이 구세주다.
노 부장이 감자탕집 주인에게 묻는다. "요즘 장사는 좀 어떻습니까?" "메르스로 힘들죠. 그보다 몇 개월 뒤 점포를
비워줘야 해서 걱정이죠. 월세를 올리겠답니다. 건물주 아들이
직접 장사할 요량인가 봅니다. 시설권리금도 받을 수가 없을 텐데. 주변엔
옮길만한 점포도, 다시 시설 투자할 목돈도 없고…." 말꼬리를
흐리는 감자탕집 주인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문득 떠오른 장그래 씨.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입니까? 장사 기간은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00만 원이고 3년째네요." 환산보증금을 계산하니 법 보호 대상이 아니다. "별다른
방법이 없겠네요."
장그래 씨를 지켜보던 노 부장이 한마디 던진다. "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장그래 씨와 감자탕집 주인이 동시에 노 부장을 쳐다본다.
"계약 갱신 요구권이란 게 있습니다.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간 영업할 수 있죠. 지난 5월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해 권리금을 보호하는 길이 생겼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후 신규 계약 상가건물은 환산보증금과 관계없이 건물주가 바뀌어도 대항력도 생기죠."
즉, 환산보증금을 초과해도 예외적으로 계약 갱신 요구권,
권리금, 대항력 규정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장그래 씨와 감자탕집 주인이 노 부장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는다.
2015. 7.07.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