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탈출기] 24.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임대차보호법 적용 상가 따로 있네?
회사 옥상에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들고 올라온 장 그래 씨. 발아래로 건물이 빽빽하다. 그중 내 집 하나 없다는 게 새삼 서글프다. 고 대리와 이 과장을
통해 부동산에 관해 많이 배웠지만 그럴수록 어렵게만 느껴진다. 목 좋은 상가를 사 꼬박꼬박 월세 받고
훗날 시세 차익을 노렸는데…. 이 분야도 분양권 투자나 재개발·재건축,
지역주택조합 못잖게 복잡하다. 주거용 부동산보다 전문지식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점심이나 부서 회식 때 들렀던 점포가 이젠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커피 한 모금 후 중얼거리는 장그래 씨. '괜찮은 상권에 목 좋은 상가는 엄두 못 낼 만큼
비싸다. 그런 데를 빼고 나니 상권 분석이 헷갈린다. 그런데
이제는 법을 알아야 된다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라.'
스마트폰을 켠다. 잠 설쳐가며 정리한 내용이 담겼다. 장그래
씨가 공부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복기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와 상가 세입자 간의 점포 임대차 계약에서 약자인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만들었다. 2001년 12월 제정. 지난 5월엔 그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권리금을 법제화했다.
무엇보다 상가 건물 투자자나 점포 임차인이 꼭 알아야 하는 사항이 있다. 이 법은 모든
상가와 점포에 적용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목적에 따라 지역별로 정한 일정 금액 이하의 임대차에만 적용된다. 즉, 이 조건을 충족해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한 각종 보호 혜택을 임차인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조건은 보증 금액과 월 임대료를 합산한 환산보증금이다. 월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환산할 땐 100을 곱한다.
예를 들어보자. 위 표물을 보면 부산을 포함한 광역시는 환산보증금 2억4천만 원 이하에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보증금 1억 원에 월 임대료가
150만 원이면 환산보증금은 2억5천만 원(1억 원+150만 원×100)이
된다.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증금 5천만 원에 월 임대료가 180만 원이면? 환산보증금은 2억3천만
원이 돼 법 적용 대상이다.
주의할 게 있다. 환산보증금을 비롯한 지역별 기준 금액은 경제 사정에 따라 변한다. 대개 주기적으로 오르는 편이다. 시행령 개정 내용을 그때그때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린다. 부서장인 노 부장이다. 이런, 큰일 났다. 잠시 바람 쐬러 온다는 게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힘없이 내려가는 장그래 씨.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주인을 애처롭게
쫓아간다.
2015. 6.30.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