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탈출기] 19. 지역주택조합 현장에서
사업 지속성 확인 또 확인
아파트 청약에서 재개발 투자까지 힘차게 달려온 장그래 씨. 아직 성과가 없다. 고 대리에게 지역주택조합을 배웠지만 실전에 임하려니 불안하다. 일반 분양물과 달리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서다. 낮은 분양가로 내 집 마련 꿈이 가능하다니 포기하기는 또 아깝다.
마침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서 지역주택조합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잘 아는 동네에 투자하는 게 기본이야.' 고 대리의 조언을 떠올리며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한다. 단지 규모는 1천 세대쯤. 부산도시철도 역사에서도 가깝고 교육 환경 역시 나무랄 데 없다. 분양가? 역시나 저렴하다. 3.3㎡당 700만 원대. 주변 아파트 시세가 1천100만 원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업장 일대 부동산중개사무소 몇 곳을 골라 방문한다. 사업이 된다, 힘들다, 조심해야 한다…. 분석과 전망이 다 다르다. 직접 부대껴 결정하는 수밖에 도리 없다.
견본주택부터 들른다. 토지 확보를 확인했다. 사업 부지의 75%를 사둔 상태다. 해당 지주들의 의지가 강해 조만간 100%를 채울 수 있단다. 업무 대행사 측은 자금 관리도 투명하다 했다. 신탁회사에 맡기기 때문에 안전하단다. 달콤한 말이 이어졌다. "아파트 가격이 왜 이렇게 낮은지 궁금하시죠. 그게 말이죠, 공동구매 성격이어서 마케팅비나 금융 이자를 줄일 수 있어섭니다." 설명이 명쾌하다. 장그래 씨는 조급해진다. 시세 차익이 눈에 보인다. 서둘러 계약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환하게 웃는 부인 얼굴이 스쳐 간다.
계약서를 작성한 장그래 씨는 1차 계약금을 지불하려 은행을 찾는다.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마음이 부푼다. 그때다. 고 대리로부터 전화가 왔다. 흥분된 목소리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얼마 전 지역주택조합 모집을 해서 잘 나가던 사업장에서 조합원 집단 환불 신청 소동이 벌어졌단다. 조합원이 낸 계약금이 토지 매입에 사용돼야 하는 데 무단으로 쓴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장그래, 혹시 지역주택조합에 참여하려면 확인 또 확인이 중요해, 노파심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해." 마치 장그래 씨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하는 경고 같다.
찜찜하다. 장그래 씨는 업무 대행사에 전화를 건다. 끝까지 사업 진행을 책임질 수 있는지, 추후 사업 중단 때 계약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묻는다.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다. 견본주택에서 뜨거워진 머리가 그제야 차가워진다. 초보가 뛰어들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높다. 장그래 씨는 은행 대기표를 찢는다. 서둘지 말자. 언젠가는 내 집을 가지겠지.
2015. 5. 18.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