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탈출기] 7. 장그래의 청약 실패
높은 경쟁률, '조합원 세대'가 숨은 키
아파트 청약 당첨 꿈이 수포로 돌아간 장그래 씨(본보 2월 9일 자 20면 참조)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청약 가점이 너무 낮아서다. 인기 아파트는 언감생심. 돈 벌기가 역시 쉽지 않다.
점수가 안되니 기댈 데는 추첨제뿐이다. 실낱같은 확률로 덤비자니 한숨만 난다. 당첨 가능성 높은 비브랜드 아파트를 알아봐?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나저나 문득 궁금한 게 있다. 분양 열기가 이렇게 뜨거운데 실제로 분양을 많이 한 걸까. 장그래 씨는 인터넷을 통해 부산 분양 아파트 전체 물량을 조사해봤다. 2013년 9천160세대, 2014년 2만 5천311세대, 그리고 올해는 1만 3천955세대 분양 예정. 전문가들은 2만 세대까지 물량이 늘 거란다.
이상한 게 눈에 띈다. 분양 아파트의 총 세대수와 청약 모집 세대수가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모를 땐 '재테크니션' 김 대리에게 묻는 게 상책. "분양 아파트 대부분이 재개발 아파트야. 분양하더라도 조합원들은 별도로 분양하지 않지. 결국 청약 모집은 조합원 세대수를 제외한 일반 세대수야." 그렇군.
김 대리가 최근 분양한 남구 대연동 A 아파트 사례를 들려줬다. 총 세대수는 3천149세대. 일반 분양물은 1천866세대에 그쳤다. 그러니까 약 1천200세대는 일반 분양 열외 대상인 셈.
궁금증이 계속된다. 분양 프리미엄이 하늘 모르고 치솟는데 이렇게 많은 조합원 물량이 과연 입주 때 100% 들어올까?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상담을 받아봤다. 전매 물량이 꽤나 나와 있다는 답변이다. 그 조합원들은 어디로 갈까.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주변 아파트 가격이 출렁이지 않을까?
장그래 씨. 처음부터 생각을 정리한다. 일반 분양물과 조합원 분양물. 자료를 펼쳐놓고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3년간 분양한 총 세대수와 일반 분양 세대수가 1만 세대 정도 차이가 난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헷갈린다. 김 대리에게 다시 전화. "높은 청약 경쟁률은 1만 세대를 빼고 나온 결과라는 말이야. 요약하자면, 실제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가면 그 세대만큼 더 많이 입주한다는 뜻이지."
현재 광풍처럼 몰아치는 분양 열기 이면의 숨겨진 열쇠가 바로 이 1만 세대다. 시장에 이 물량이 나오느냐 마느냐에 따라 시장 승패가 달라진다. 그 말은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수렴된다. '지금 무리해서 청약을 받기보다는 입주할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 그때 오히려 장그래 씨가 원하는 아파트를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장그래 씨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청약 실패로 조급했던 마음이 다소 진정된다. 부동산 시장에 대비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긴 것 같다. 김 대리에게 소주나 사야겠다.
2015 .02. 16.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