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탈출기] 3. 분양권 투자와 사윗감
지나친 프리미엄 주의보
부산의 견본주택마다 방문객이 줄을 섰다. 분명히 분양권은 괜찮은 투자 상품이다. 안전성, 환금성, 수익성을 다 갖췄다. 분양관계자, 현장 주변 부동산, 분양권 투자 전문 고수들의 속삭임도 달콤하다. "얼마간의 프리미엄이 보장돼. 인기 단지를 몇 번 전매하면 프리미엄이 올라. 분양권 몇 개 잡아 돌리면 짧은 시간에 큰돈을 만져!"
하지만 분양권은 분명히 리스크도 존재한다. 계획대로 안 될 때의 심적 부담감과 잔금을 치르는 금전 손실이 예상외로 클 수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 된다. 향후 시장 전망과 아파트 입지 조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분석력, 자금 조달 능력을 따져야 한다.
분양권 투자에서 향후 부동산 경기 전망은 중요한 요소다. 투자 시장은 사실 심리 게임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도 소용없다. 아무리 저평가돼도 꺾인 심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고평가인지 알아도 심리가 살아있으면 다들 불나방으로 변신한다. 심리 게임에선 잘 나갈 때 특히 몸을 사려야 한다. 지금이 딱 그때다. 현재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을 한번 검토해 보자. 그리고 냉정하게 판단하시라. 어렴풋하게나마 답이 보일 거다. 물론 판단이 틀릴 수 있다. 시행착오는 기회비용이다.
부모가 결혼 앞둔 자녀에게 흔히 하는 충고가 있다. '불같은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배우자 선택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성격, 능력, 외모, 학벌, 집안, 평판, 잠재력….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분양권도 똑같다. 교통 편의성, 학군, 평면 구조, 단지 규모, 주변 편의시설, 대중적 선호도, 개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실수요자야 자신에게 필요한 면을 가중해서 보겠지만 투자자는 다르다. 모든 요소를 저울대에 놓고 가늠해야 한다. 일반인으로선 어렵다. 그러나 해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비교 단지를 몇 개 놓고 지인과 더불어 요소별 평점을 매기면 된다.
분양권 투자의 핵심 요인은 역시 돈이다. 훌륭한 사윗감을 봐도 열쇠 3개를 줘야 데려올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다거나 분양권 구매 때 지나친 프리미엄이 들어간다면 일단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자칫 건설 회사나 매도인에게만 좋은 일 시켜주기 십상이다.
한 가지 기억할 게 있다. 지나치게 투자자 위주로 계약이 이뤄진 대단지는 특정 시점에 분양권 매물이 과도하게 몰려 일시적 공급 과잉으로 프리미엄이 소멸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최악에는 잔금 치를 자금 계획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중개업소와 매수인의 구애를 즐기고 계신가? 매수인이 언제까지 내 주변을 맴돌며 우러러본다는 착각을 버리시라.
2015. 01. 19.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