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분양가 저렴하지만 큰 위험요소 상존
장그래 씨가 신문을 보던 순서는 이랬다. 류현진이나 이대호 소식이 궁금해 맨 먼저 스포츠면에 눈을 뒀다. 이어 연예면, 사회면, 정치면 순이었다. 그랬던 패턴이 요즘 바뀌었다. 재테크 멘토인 고 대리 조언 때문이다. "무식하면 용감한지. 투자하면서 경제면 안 본다는 게 딱 그 꼴이야." 이제는 신문 오면 무조건 경제면부터 챙긴다.
오늘 날짜 부동산 기사에 눈길 끄는 제목이 보인다. '지역주택조합 인기몰이!' 뭘까? 주택재개발조합도 아니고, 주택재건축조합도 아니고. 인기몰이라니 호기심이 생긴다. 일단 기사를 찬찬히 읽는다. 제법 구미가 당긴다. 고 대리에게 전화하려다 마음을 돌려먹는다. 기본적인 내용부터 스스로 알아보자. 그래야 자생력이 생기겠지. 그래도 모르는 게 나오면 물어봐야지. 일주일 동안 서점에 들러 책 사고 인터넷에서 과거 신문기사를 훑어본다. 그렇게 파악한 지역주택조합은 대충 이런 개념이었다.
지역주택조합은 6개월 이상 일정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주택법에 근거한다. 주택조합 설립인가, 사업계획 승인, 착공 신고 등의 인허가 절차를 밟는다. '일정 지역' 범위는 계속해서 변하는 중이다. 지금은 이웃 시·도까지도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단다. 재개발보다는 절차가 꽤 간소하게 느껴진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분양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적게 발생한다. 건설사가 개발해 분양하는 주택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하다. 무주택자인 장그래 씨 입장에선 시세보다 상당히 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음이 바빠진다.
하지만 이 사업엔 큰 위험요소가 상존한다. 사업시행사인 조합의 운영 비리나 토지매입 지연 등의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 신청에 신중을 기해야 한단다.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역주택조합 관련 분쟁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된다. 심란하다. 별수 없이 고 대리에게 연락한다.
"고 대리님, 이번 주 시간 좀 내주시죠. " 전후 사정을 얘기한다. "지역주택조합이라…." 고 대리가 말꼬리를 흐린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무거운 침묵. 괜히 전화했나? 고 대리가 짧게 한마디 한다. "우리 집 근처로 와라." 평소와는 다른 착잡한 어투다. 약간 당황한 장그래 씨. 부리나케 운전대를 잡았다. 고 대리 집으로 달려가며 드는 생각. "고 대리님이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알고, 꼭 해 주고 싶은 정보가 있는 모양인데…, 그게 과연 뭘까?"
2015. 4. 22. 부산일보